📌 건설 업계가 술렁인 하나의 공문
올해 3월, 경기도 성남 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합에 한 장의 공문이 날아들었습니다. 발신인은 DL이앤씨. 내용은 단순명료했습니다. "6월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조합원 가구당 3,000만원을 배상하겠다."
업계 관계자들이 눈을 비볐습니다. 건설사가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시점에 이런 배상 조건을 자발적으로 내건 경우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수십 년을 뛴 전문가들도 "이런 조건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상대원2구역)
(수주 성공 시)
📉 DL이앤씨는 왜 이랬나? — 위기의 구조적 진단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은 오랫동안 정비사업에서 '신중파'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이해욱 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도 최상급지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죠. 이지경제
이 전략 덕분에 재무 안정성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202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84%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순현금은 1조원을 웃돕니다. 영업이익도 2024년 대비 42.8% 급증했습니다.
실적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DL이앤씨의 국내 주택 부문 매출은 2024년에는 매 분기 1조원을 넘었지만, 2025년 4분기부터 9,000억원 초반대로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플랜트 수주잔고도 2023년 말 5조4,000억원에서 2025년 말 2조5,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굿모닝경제
핵심 분석: 지금 대형 정비사업을 놓치면 2~3년 후 매출 공백은 메우기 어렵습니다. 정비사업은 착공 이후 수년에 걸쳐 수천억원대 매출이 인식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5,000억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되는 상대원2구역이 눈앞에서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DL이앤씨로서는 더 이상 '신중'을 고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 상대원2구역 — 10년 기다린 수주가 흔들린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상대원동 일대 24만2,000㎡에 최고 29층, 43개 동, 4,885가구를 짓는 대형 정비사업입니다. DL이앤씨는 무려 2015년에 이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고, 철거도 마쳤습니다. 이제 착공만 하면 됩니다.
DL이앤씨가 제시한 조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압구정5구역 — 브랜드 vs 조건, 역대급 맞대결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아파트)은 총 공사비 약 1조5,000억원,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의 사업입니다. 서울경제 압구정 6개 구역 중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구역으로, 5월 30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가 결정됩니다.
현재 구도는 현대건설의 '브랜드·헤리티지 전략' vs DL이앤씨의 '금융·조건 전략'으로 압축됩니다. 더퍼블릭
주목할 부분은 미분양 직접 인수 조건입니다. 아주경제 압구정5구역은 일반 분양 물량이 29가구에 불과하고, 상가는 조합원이 없어 건축비를 분담할 주체가 없습니다. DL이앤씨는 상가 건축비를 전액 부담하고 글로벌 매각 전문 기업과 협업해 책임 매각까지 약속했습니다. 리스크를 시공사가 떠안겠다는 이례적인 구조입니다.
🔬 전문가 분석: 전략 전환의 명암
✅ 긍정적 시각
DL이앤씨의 재무 체력은 탄탄합니다. 이투데이 2025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532억원, 차입금 9,636억원, 순현금 1조896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배상금 약정을 해도 재무적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체력입니다. 부채비율 84%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공격적 수주를 뒷받침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또한 글로벌이코노믹에 따르면, 2025년 한남5구역(1조7,584억원) 수주를 통해 2조 클럽에 진입했고, 연간 목표 3조원에 근접하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아크로' 브랜드가 한강변 하이엔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리스크 시각
파격 조건에는 파격적인 리스크가 따릅니다. 배상금 약정은 착공이 늦어질 경우 수백억원의 손실로 직결됩니다. 실제로 상대원2구역은 조합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미분양 직접 인수 조건도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면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플랜트 수주 공백이 더 큰 과제입니다. 2년 이상 대형 플랜트 수주가 없었고, 수주 잔고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시사저널e DL이앤씨는 SMR(소형모듈원전), 데이터센터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비사업 공백을 단기에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 조합원이 꼭 알아야 할 꿀팁
건설사의 파격 조건을 접한 조합원들은 흥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계약서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 공문은 법적 구속력이 계약서보다 약합니다. 실제 도급계약서에 배상금 조항이 명시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 착공 기준 날짜, 배상금 지급 조건, 면책 사유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 가능하다면 조합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계약서 검토를 의뢰하세요.
- 3.3㎡당 공사비를 낮게 제시했더라도, 이후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 요청이 잦을 수 있습니다.
- 물가연동제(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DL이앤씨는 물가 상승분 일부를 시공사가 부담하는 구조를 제안했지만, 세부 조건이 중요합니다.
- 과거 DL이앤씨의 타 현장(예: 상대원2구역 자체)에서 공사비 분쟁이 있었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 '유리한 조건'으로 직접 인수한다는 문구에서 '유리한'의 기준이 누구를 위한 기준인지 확인하세요.
- 인수 가격, 인수 시점, 인수 물량 한도 등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 건설사가 인수한 미분양을 추후 저가에 처분하면 단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 직접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시공사를 선정합니다.
-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더라도 당일 직접 출석하면 서면결의를 철회하고 새로 투표할 수 있습니다.
- 합동설명회에서 두 건설사의 조건을 직접 비교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세요.
- 건설사 홍보물의 '예상 분담금'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임을 기억하세요. 공사비 변동, 일반분양가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관련 추천 영상 (자동 반복 재생)
정비사업 수주전과 DL이앤씨 아크로 브랜드 전략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상입니다.
❓ 질의응답 (Q&A)
✍️ 결론 — 위기감이 만들어낸 역대급 수주 조건
DL이앤씨의 파격 행보는 단순한 수주 전략이 아닙니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라는 10년 기조를 전격 수정해야 할 만큼,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재무 체력은 탄탄합니다. 업계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 1조원이 넘는 순현금, 꾸준히 개선된 영업이익률은 DL이앤씨가 지금의 공세를 감당할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배상금 약정과 미분양 직접 인수 구조가 여러 사업장에 동시에 적용된다면, 부동산 시장 침체 시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조건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만큼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숫자의 화려함이 아닌, 계약서의 실질적 구속력과 이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시공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압구정5구역의 5월 30일 총회와 상대원2구역의 법적 결론은 2026년 정비사업 시장의 판도를 가를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 결과가 DL이앤씨의 '역대급 승부수'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점이 됩니다.